[기고] 아이 미래 바꾸는 가정 위탁 제도
/서영숙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
2013-02-04 [11:12:43] | 수정시간: 2013-02-04 [14:18:34] | 31면
 '내 핏줄', '내 자식' 이라는 타이틀은 오직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야만 불러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유교 사상이 강한 우리나라는 끈끈한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받아들이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혈연 관계가 아니라도 가족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입양 제도이고, 아직은 다소 생소하지만 가정위탁 보호제도라는 것도 있다.
'아동들은 따뜻한 가정에서 어른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살아야 한다'라는 아동권리협약에 근거하여, 자신의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게 된 아이들을 보호 시설이 아닌 따뜻한 가정에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 아래 가정위탁보호제도가 생겨났다. 즉, 친부모와 살 수 없게된 아이들이 가정위탁제도 아래 또 다른 가족과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이다.
국내의 가정위탁 보호제도는 지난 2003년 3월 친부모의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이 전혀 혈연이 없는 어른들에게도 엄마,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친부모의 그늘 아래에서 살 수 없게 된 아이들은 대부분 대규모 시설에서 보호 양육되어 왔었다.
지난 2004년 봄. 부산에 위치한 모 병원 소아병동에서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김모 군을 만났다. 김 군은 아동학대 피해자. 친모와 생활하던 중,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방화 범죄를 저절렀다. 김 군은 그 때문에 아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가정위탁제도를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됐다.
김 군이 얼마전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 사무실을 방문했다. 김 군의 손에는 음료수 한 통이 들려있었다. 쑥쓰러운 듯 웃으면서 지원센터 식구들과 만난 김 군은 "엄마와 아빠가 둘이라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너무 잘 자란 김 군은 현재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8년 전의 아픈 기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밝은 얼굴이다.
다음 달이면 국내에 가정위탁보호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을 맞는다. 이 제도는 그동안 부모의 역할을 기대하지 못한 채 성장할 수도 있었던 많은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부모와 가족을 만들어 주었다. 수많은 아이들이 수렁에서 벗어나 김 군 처럼 자신의 밝은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위탁 부모들도 '내 핏줄'이 아닌 '또 다른 자식'을 가슴으로 낳고 기를 수 있는 너무 소중한 기회를 갖게 돼 고맙다는 말을 자주한다. 친자식을 키우면서 느꼈던 기쁨 같은 것들을 위탁아동을 키우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돼 굉장히 보람있었다고 말하는 위탁 부모들이 많다. 또 이들의 대부분은 친자식을 키울 때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위탁 아동들에게 친자식 이상의 정을 나눠주고 있다.
가정위탁 보호는 우리 사회에서 부득이 발생한 요보호 아동을 가급적 아동 시설 같은 곳에서 보호하지 말고 건전한 가정에 위탁 대리양육을 함으로써 위탁 아동들이 가족적 분위기 속에서 정서 함양과 인격형성을 하면서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한 아동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는 흑인 속담은 아동복지사업, 특히 가정위탁보호에서 경제적·물질적 지원 뿐 아니라 사회적 관심과 일반인들의 참여가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중요한 교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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