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가정 부모의 사망·경제적 곤란때
- 일정한 기간동안 아이 맡아 돌봐줘
- 행방불명 父·알코올중독 母 둔 준희
- 새 가정서 가출 등 성장통 겪었지만
- 이젠 노숙자 보살피는 CEO 꿈 키워
현대 가족의 형태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친부모와 친자녀 가정, 재혼 가정,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입양 가정 등 다양해졌다. 가족은 어른에게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필수적이다. 아이의 원가정이 부모의 사망이나 경제적 어려움, 질병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위탁 가정은 이런 아이들에게 또 다른 가정이 돼 준다. 위탁 가정의 취지는 원가정이 건강성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8년간 위탁아동을 돌보다가 지난해 또 한 명의 위탁아동을 가정으로 받아들인 곽희자(45·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씨를 부산시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만났다.
■"제 품에 들어온 아이는 다 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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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위탁아동을 돌보고 있는 곽희자 씨가 부산시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최영지 기자 |
준희(가명·18)의 친모는 알코올중독으로 노숙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0년 숨졌다. 친부는 행방불명이라 준희와는 연락도 닿지 않는다. 준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현재 엄마인 곽희자 씨에게 왔다. 희자 씨는 준희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다 '(준희) 엄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갸우뚱하더니 "아, 친엄마요"하고 쑥스러워했다. 그 모습에서 그녀가 준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준희 엄만데 어느 엄마를 말하는 건가 순간 착각하는 모습이었다.
준희는 시한폭탄을 가슴에 품고 사는 아이였다. 작은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위탁부모에게도 거친 태도를 보였다. 당연히 위탁부모의 친자녀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없었다. 희자 씨의 가정에는 이미 준희와 같은 학년의 남자 아이 유민(가명)이와 누나 유진(가명)이가 있었다. 그는 "아이들하고 처음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이들끼리 문제를 해결하도록 간섭을 최소화했다. 대신 형제 간 위계질서만 정확히 해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가 센 준희 때문에 친자녀인 아들이 오히려 기가 죽어 지냈다. 희자 씨는 보다 못해 아들 유민에게 "니가 정 싫으면 준희를 도로 보낼 수 있다. 니 생각은 어때"라고 물었다. 그러자 유민이는 "엄마, 그치만 준희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잖아. 그냥 우리랑 있자"라며 도리어 희자 씨를 설득하며 위로했다고 했다.
준희 친모도 희자 씨에게는 큰 어려움이었다. 알코올중독이었던 준희 친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준희를 보러 집으로 찾아왔다.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고 새벽에 아이가 보고 싶다고 예고 없이 방문하는 친모였다. 희자 씨는 "준희가 캠프에 갔을 때 찾아와서는 아이를 빼돌렸다며 경찰서에 신고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우리 부부가 사기꾼이라고 주위에 소문을 많이 내서 곤란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희자 씨는 준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사랑만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합니다"
준희는 말썽꾸러기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소위 문제아였다. 중학교 때는 학교 기물을 파손해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희자 씨는 "준희 때문에 경찰서, 학교로 뛰어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그때는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준희는 가출도 몇 번씩이나 했다. 그때마다 준희를 찾으러 희자 씨는 열 일을 제쳐놓고 뛰어다녔다.
희자 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가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이가 다 크고 나서 공치사를 받을 생각이 없다. 단지 이 아이가 바르게 클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보람이 있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부산시가정위탁지원센터 정희식 복지사는 "그랬던 준희가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하고 지금은 수능 준비 중이다. 경영학과를 졸업해 CEO가 되고 싶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정 복지사는 "성공한 CEO가 돼서 세상의 모든 노숙자를 없애고, 지금 엄마에게 효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단다. 먼저 간 친모에 대한 애틋함과 위탁모에 대한 애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희자 씨는 "준희는 내 아들이다. 만 19세가 되면 위탁가정을 떠나야 한다지만, 나는 준희와 끝까지 갈 생각이다. 내 아들이니까 당연하다"며 준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녀의 끝없는 사랑이 상처 많은 준희를 보듬어냈다.
■"아이에게 가정과 가족이 필요합니다"
위탁가정이 되려면 친자녀와 위탁자녀의 수를 합쳐 4명이 넘으면 안된다. 하지만 만 19세가 넘은 자녀는 숫자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희자 씨 가정의 경우 큰 딸 유진이가 대학생이라 합계에서 제외되고 아들 유민 준희 성재까지 3명이 되는 셈이다. 희자 씨는 지난 7월 성재(가명·4)를 가족으로 또 받아들였다.
그녀에게 "또 준희처럼 말썽꾸러기면 어떡하느냐"며 짓궂게 물었다. 그러자 희자 씨는 "우리 성재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니 새록새록 더 정이 간다"며 아들 바보 엄마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성재는 지난해 위탁될 때까지 배변을 가리지 못했다. 정신분열증이 있는 친모로부터 발달과정에 맞는 훈육을 받지 못해서였다. 성재의 친모는 정신연령이 7세 가량으로 현재는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지내며 전화로만 성재의 안부를 묻는 상태다.
희자 씨는 "2003년 부산에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생길 때부터 인연을 맺고 현재까지 왔다. 아이들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꼭 필요한데, 그걸 줄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며 참여를 부탁했다. 단기와 장기 위탁 모두 가능하며 장기는 보통 2년으로 기한을 둔다.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는 미혼모와 신생아를 맡아 줄 가정을 찾고 있다. 특히 신생아를 위탁해줄 가정이 부족하다. 정 복지사는 "미혼모는 아기 양육법을 몰라 특히 곤란을 겪는다. 그런 만큼 아기 양육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낀다.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가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051) 758-88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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