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가정위탁 50여 가구
- 여전히 부족해 관심 필요
- 양육보조금·법적 권한 등
- 현실적 지원 강화도 시급
"남의 아이 기르는 게 힘들지 않냐고예? 지수가 내 '보약'입니더."
장수미(가명·여·53) 씨는 이지수(가명·10) 양과 6년째 모녀의 인연을 맺고 있다. 가정위탁제도를 통해서이다. 지수는 태어나자마자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다. 지수의 친어머니가 공황장애를 앓아 키울 여건이 못 됐기 때문이다. 당시 4살이던 이 양을 지난 2006년부터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 지수가 왔을 때만 해도 걸음마도 채 못 뗀 상태였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하지만 장 씨의 사랑을 받아 지금은 구김살 없이 밝게 자라고 있다.
최성용(58) 씨는 부산 제1호 위탁가정의 주인공이다. 9년 전부터 5명의 아이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만 해도 위탁가정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시절이었다. 그는 일명 '딸바보' 아빠이다. 가정위탁으로 첫 인연을 맺은 이서현(가명·14) 양은 지난해 친가정으로 돌아갔다. 그에게 서현이는 친딸과 다름없었다. 최 씨는 "딸을 보내고 나서 처음엔 운전을 못 할 정도였어요. 한동안은 정신없이 살았습니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22일은 제9회 가정위탁의 날이다. 2003년부터 시작된 가정위탁보호사업은 부모의 이혼, 가출 등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만 18세 미만의 아동을 위탁가정에서 키워 다시 친가정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제도이다. 호적상 부모가 등록돼 있는 아동을 일정기간 보호했다가 친가정이 어느 정도 기능을 회복하면 되돌아가도록 하기 때문에 '입양 전 위탁'과는 다르다. 일반위탁가정은 일정한 기준을 거쳐 선발하며 수시로 모집한다. 부산에 있는 일반위탁가정은 모두 50여 가구이다. 제도 초기에 비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신생아를 전문적으로 위탁할 수 있는 일반 가정이 부족한 실정이다.
가정의 울타리를 필요로 하는 아동들에게 중요한 제도이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부족한 형편이다. 아동 한 명당 12만 원 정도의 양육보조금이 매월 지급된다. 하지만 아이를 학원에 보내거나 학용품 등을 사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또 위탁부모는 일시적으로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책임이 있지만 법적인 권한은 갖지 못한다. 친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친부모의 행방불명이나 가출 등으로 인한 연락 두절로 아동의 휴대폰 개통, 통장 개설과 같은 부분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부산시 가정위탁지원센터(서영숙 소장) 김예선 사회복지사는 "입양제도에 비해 가정위탁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라며 "'남의 아이를 굳이 왜 키우느냐'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의 연령 등에 따른 차등적인 정부지원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의 (051)758-8801~2, 홈페이지 http://busan.s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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