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어쩌다 한 번 야단치고 나면 마음이 아파요. 자는 모습을 보면 너무 측은한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어요. 아이를 올바로 키우기 위해서는 할 수 없는 거죠." 4년째 세정이(가명·여·8)를 맡아 키우고 있는 도정옥(54) 씨는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을 때가 가장 고민스럽다고 한다.

부모의 갑작스런 질병이나 가출, 사망, 실직, 경제적 위기, 아동학대, 방임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18세 미만)에 대해 건전한 일반 가정에 일정 기간 양육을 위탁하는 것이 가정위탁보호제도다. 도씨는 보호아동을 맡아 키우는 위탁부모다.

아들 2명과 딸 1명을 성인으로 키워낸 그는 지난 2004년 11월께 5살난 세정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평소에도 처지가 어려운 아이를 데려다가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어요. 주변 사람들로부터 위탁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남편에게 한 번 이야기해 봤는데 예상 밖으로 남편이 동사무소와 구청을 다니며 서류를 준비하고, 나보다 더 열성적이었어요."

자식들이 장성해 외국에서 생활하던 이들 부부에게 세정이는 집 안에 다시금 환한 웃음을 가져온 존재였다.

"경상도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바깥 양반도 말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세정이가 집에 오면서 웃을 일이 많아졌어요. 아빠가 조금만 늦으면 전화를 해요. 아빠 얼굴 보고 자야된다고. 애교가 많아요."

남편 박경성(57)씨도 세정이에게 친딸 이상으로 늘 다정하고 잘 놀아주는 아빠다. 도씨는 "밖에 볼 일이 있어 늦게 들어오면 환갑이 다 된 양반이 아이 저녁 챙겨 먹이고 목욕시키고 잠옷까지 다 갈아입혀 놀고 있어요."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알겠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미운 짓도 많이 하고 그만큼 부모의 야단도 비례하는 법이다. 도씨에게도 이 문제가 가장 걱정거리다.

"세정이가 말을 안 들을 때가 가장 곤혹스러워요. 애 키운지가 하도 오래돼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고민이 되요. 가슴에 상처를 간직한 아이다 보니 내가 야단치면 더 큰 상처를 받을까봐서요. 아이를 3명이나 낳아 기르면서 엄하게 키웠지만 세정이한테는 그렇게 못해요."

도씨뿐만 아니라 위탁부모가 된 상당수 엄마들이 이같은 고민으로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하지만 정답은 없다고 한다. 그저 참고 좋은 생각을 가지고 대하자고 서로를 격려한다고 했다.

"열 번 야단칠 일 있으면 한 번만 야단쳐요. 야단칠 때마다 세정이가 '내가 잘못해서, 나 잘되라고 엄마가 야단친건데…'라고 울면서 말하는 걸 들으면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또 마음도 아프고 그래요."

위탁가정은 입양의 중간단계가 아니다. 친가정이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해 다시 친부모 품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일정 기간 아이를 맡아서 키우는 역할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 불쑥 찾아올지 모르는 세정이와의 이별을 간직한 채 산다.

"지금은 갑자기 데리고 갈까봐 걱정이고, 또 계속 안 데리고 갈까봐 걱정도 돼요. 세정이 친부가 아무래도 경제력이 안 좋고 아이를 올바로 키울 여건이 안 되는 상황이라서 데려가면 아이가 얼마나 고생할까 걱정도 되고 영원히 안 데려가면 어떡하나, 내가 벌써 50 중반인데 늙어서 이 아이를 끝까지 보살필 수 있을까, 사춘기 때는 어떻게 할지 같은 문제로 걱정도 돼요."

그는 세정이가 혼자다 보니 많이 외로워한다면서 "내가 40대만 되었어도 서로 의지할 수 있도록 한 명 더 데려다가 키워 볼텐데 나이가 너무 들다보니까 아이 키우는 일이 쉽지가 않아요"라고 말했다. 도씨는 "요즘 많이 줄기는 했지만 외국으로 아이를 입양보내는 일이 많이 있잖아요. 젊은 사람도 여건이 된다면 세정이처럼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을 많이 데려다 키워줬으면 좋겠어요. 저출산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낳은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죠"라면서 우리가 '우리의 아이'를 키운다는 인식의 개선이 확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