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 임정아(50)씨

- 남의 아이란 생각 가지면 못키워

- 아이에게 가족의 소중함 알려주는 가정위탁에 많이 동참해주길

# 유진영(36)씨

- 아이들 위한 통장도 못 만들어

- 위탁기간 동안만이라도 친권자 권리 갖게해 줬으면

	지난 2004년 방영된 SBS '사랑의 위탁모'에서 위탁모 체험을 한 배우 전도연 씨와 아기.

최근 이혼과 별거, 미혼모, 아동학대 등이 늘면서 부모 대신 일정 기간 아이를 보호해 주는 위탁가정의 필요성이 늘고 있다. 위탁가정은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양육하기를 희망하는 가정에 맡김으로써 요보호아동이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아동복지 서비스 중 하나다. "내가 키우면 모두 내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위탁모가 된 따뜻한 사람들을 찾아가 보았다.

지난달 말 부산 수영구 한 개척교회 지하 강당에 20여 명의 여성이 모였다. 30대 젊은 주부에서부터 갓난아이를 안고 방문한 60대 어르신까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오는 22일 가정위탁의 날을 앞두고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세이브 더 칠더런') 주최로 부산지역 가정위탁 부모들의 모임이 열린 것. 위탁아동을 양육하면서 겪었던 문제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나누고, 전문가와 함께 아동의 정서적·행동적 문제에 관한 사례를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 서영숙 소장은 "현재 부산지역 위탁모는 대부분 5년 이상 아이들을 키우고 계시는 대단한 분들"이라며 "경험이 많은 위탁부모가 멘토가 돼 신규 위탁부모(멘티)에게 초기에 겪는 아동양육의 어려움 등에 대한 대처법을 나누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갓 돌을 넘긴 지민(가명·4세)이를 3년째 키우는 임정아(50) 씨. 어떻게 위탁모가 될 생각을 했느냐는 물음에 여장부같이 털털하게 웃으며 "생각만 한번 바꾸면 모든 게 쉽다"고 말했다. 20대 장성한 두 아들(26세, 24세), 남편과 같이 사는 임 씨는 몇 년 전 우연히 TV에서 방영하는 유럽의 위탁가정 방송을 보다가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처음엔 남편과 애들 반대가 심했어요. 워낙 핏줄, 혈연을 따지는 사람들이라 어떻게 남의 아이를 키우겠느냐고요. 지금은요? 우리 집에서 지민이가 종교예요. 어제도 남편과 한판 했는데 애가 예쁘니까 무조건 '오냐오냐'하며 키우잖아요. 좋아 죽겠다는데 딱히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여하튼 남의 아이를 키우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몰랐어요."

지민이는 미혼모의 아이다. 자신도 불행하게 자랐다는 지민이의 친모는 아이를 반듯하게 키우고 싶다고 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아 결국 위탁가정에 맡기기로 한 것. 지민이와 지속적인 만남을 갖는 친모를 지민이는 '언니'라고 부른다. "아무리 예쁜 꽃이 있어도 사람 꽃보다는 못하잖아요. 남의 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애 못 키워요. 시설에 수용되는 것보다 일반 가정에서 사랑을 쏟아 키우면 정신도 건강하고 자라서 가정을 꾸릴 때도 얼마나 가족과 가정이 소중한 걸 알겠어요. 위탁모에 많이 동참해 주세요. 호호호."

지체장애 3급인 동생을 포함해 고2 형제를 5년째 키우는 유진영 씨는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이날 모인 위탁모 중에서 가장 젊은 36세다. "남편(39)이 목회자예요. 영국에서 같이 공부할 때 위탁가정에 대해 알았고 저희도 기회가 되면 그래야겠다, 생각했어요. 마침 손자들을 키우고 계신 할머니가 저희 교회를 찾아왔고 저희가 맡게 됐습니다."

친자녀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를, 그것도 사춘기며 반항기를 오롯이 겪어야 하는 사내아이를 선뜻 키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남편이 여느 목회자와는 달랐어요. 평소에는 애들과 자전거, 오토바이도 타다가 애들이 잘못할 때는 매도 들었어요. 저도 이렇게 말을 안 들으면 키울 수 없다, 엄포도 놓고 했죠. 다행히 그런 시기들은 빨리 지나갔습니다." 다음 기회에는 친자녀보다 좀 어린 아이들을 키워도 좋겠다는 유 씨는 "친권자가 아니어서 아이들을 위해 통장이나 보험가입, 심지어 휴대전화 하나 아이들 이름으로 사 줄 수가 없어요. 통장개설 때문에 은행에서 대판 싸운 적도 있어요. 외국처럼 위탁하는 동안은 친권자로서의 권리를 가질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가정위탁이란

UN 아동권리위원회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시설보호 방안을 가능하면 가정에서의 양육방법으로 바꾸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호시설에서 장기간 단체 생활을 할 경우 정서적 불균형이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00년부터 아이를 맡아줄 위탁가정을 발굴하고 있다.

위탁가정은 입양과 달리 일정기간만 아이를 맡아 키워주는 조건이기 때문에 위탁아동이 만 18세가 되거나 친부모의 사정이 나아지게 되면 다시 친부모에게 돌려 보내진다. 지난해 전국의 위탁가정은 1만1768세대(양육아동 1만6319명)로 2000년 1307세대(1772명)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부산도 지난 3월 말 현재 771세대(1020명)가 위탁가정으로 등록돼 있다.

위탁대상 아동은 시·군·구에서 부모의 질병 가출 수감 사망 등의 사유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18세 미만의 아동이다.

경제적인 목적이 아닌 선의의 동기로 양육을 결정했다는 확인이 필요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이 있어야 한다. 위탁부모의 나이는 25세 이상으로, 위탁아동과의 연령차이가 60살 미만이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결혼해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