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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행복한 집 만들어 주러 엄마가 갑니다 2014-05-21

조회수:1250

'찾아가는 친정엄마'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설자(사진 왼쪽) 심순자 할머니.

 

# "엄마의 마음부터 보듬어야죠"

- 70대 할머니 이설자·심순자 씨
- 장애·한부모가정 양육·살림 지도

# "현실적인 조언 해주려 노력"

- 결혼이주여성 지원 천승진 씨
- 평안한 가정 위한 노하우 전달

# "아이 돌보며 큰 행복 얻어"

- 5년째 가정위탁 중인 이귀숙 씨
- 힘들었지만 사랑 주는 법 깨달아

엄마라는 이름은 누가 불러도 그 끝에는 아련함과 눈물이 함께 한다. 그만큼 엄마가 가지는 힘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엄마라는 존재는 무조건적인 보살핌과 끝없는 사랑과 헌신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전제조건은 생물학적으로 같은 유전적 구조를 공유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나본 엄마들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름의 엄마들이다. 가정의 달에 생물학적 엄마보다 더 엄마같은 엄마들을 만났다.

■찾아가는 친정엄마들

   
부산 어진샘노인종합복지관은 올해 처음으로 '찾아가는 친정엄마' 프로그램을 지난달부터 열었다. 미취학아동을 둔 취약계층 가정과 1대 1로 결연, 1주일에 한 번 찾아가 자녀양육법 및 살림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이설자(70·해운대구 반여2동) 할머니는 지적장애를 가진 엄마와 경제능력이 부족한 아빠, 초등학교 1학년, 그리고 돌도 안 된 아기가 있는 집과 연결됐다. 이 할머니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 여러 번 같은 말을 해도 행동의 변화가 어려워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변화할 때까지 노력해 보려고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 말에서 친딸을 염려하듯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엄마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니 안타까운 마음이 커진 것이다. 그러면서 "지적장애가 있어 그런 것을 이해하지만 좀 더 자신의 힘으로 살림을 꾸려보려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래서 어진샘노인복지관은 매주 '미션'을 한 가지씩 주고 실천하도록 한다. 하루는 양말개기, 옷 정리하기 등으로 생활습관을 잡아주려는 것이다. 또 반찬을 만들어 주거나 아이들의 한글 공부 등에도 도움을 준다.

심순자(69·해운대구 반여2동) 할머니가 방문하는 가정은 이혼한 한부모 가정으로 엄마에게 장애는 없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친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었다. 심 할머니는 "그래서 만날 때마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다정하게 해주려고 애쓴다. 두 번 만나고 나니 아이들이 '할머니 언제 또 오느냐'고 그렇게 기다린다"며 보람있어 했다. 그는 "엄마의 마음부터 보듬어 줘야 그 엄마가 자신의 아이에게도 잘 해 줄 수 있다"며 정서적 지원에 많은 신경을 썼다. 두 가정 모두 친정엄마가 안 계신 터라 할머니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보였다.

■결혼이주여성의 든든한 엄마

   
'똘똘맘' 멘토로 활동 중인 천승진 씨
부산 해운대종합사회복지관은 이달 초부터 '똘똘맘'이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천승진(43·해운대구 재송동) 씨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주변에서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텐데 하는 생각이 있어 주저없이 멘토로 지원했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천 씨의 멘티는 베트남 출신 여성으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와 유치원에 가는 둘째에 셋째까지 두고 있다.

천 씨는 "아이가 취학하면 학습이나 준비물 등 학교생활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런 면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빠가 원하는 부분은 다른 쪽에 있더라"고 소개했다. 아내가 아이를 훈육할 때 체벌하거나 아이들에게 윽박지르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었다. 아내는 남편의 가부장적인 태도 등이 이해가 되지 않아 가정 내 불화가 더 큰 문제였다.

천 씨는 아내와 만나 "6개월 간 남편과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잘 해주어라. 그러면 남편과 아이들 모두 당신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그러면서 "가정이 화목해야 아이 교육도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도 북돋아 주었다.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이 되는 베트남 아내지만 남편과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던지 천 씨의 말에 무척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단다. 천 씨는 "나도 중학생 아이가 있는 엄마다. 그러니 아내 분도 보다 쉽게 마음을 열고 가정불화나 고부갈등 등을 편안하게 털어 놓더라"며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는 동안 평안한 가정이 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사랑으로 돌보는 위탁모

   
위탁모로 아이를 맡아주고 있는 이귀숙 씨.

이귀숙(49·금정구 금성동) 씨는 위탁아동 수현(가명)이와 5년째 살고 있다. 둘은 친모자 이상으로 친하고 행복해 보였다. 이 씨에게 위탁모가 되기로 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친아들 둘을 낳고 둘째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마자 가족들에게 이렇게 선포했어요. 셋째는 딸로 입양할 거라고. 시어머니, 남편, 아이들 모두 흔쾌히 찬성했고 당시 3살의 딸애 지연(가명)이를 입양했습니다".

이 씨는 "정말 아이가 얼마나 예쁜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고 회상했다. 이와 아울러 가정위탁에 대한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씨는 "지연이가 초등학생 때 5살이 된 수현이를 우리집에 데려왔다. 데려온 직후부터 1년여 동안은 힘든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부모님과 오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지연이로서는 갑자기 동생이 생겨 관심을 뺏긴 것이 억울했다. 친부와 떨어져 아동보호시설에 있다가 모르는 가정으로 오게 된 수현이는 이 씨가 무슨 말만 하면 "싫어요, 왜요, 안해요"로만 대답했단다.

이 씨는 "아이의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말 안에서 아이의 불안함을 읽을 수 있었다. 저 어린 것이 얼마나 무서우면 저렇게 가시를 세울까 싶어서 마음이 더 쓰였다"고 했다. 그래서 이 씨는 수현이와 눈만 마주치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끊임없이 말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아이가 변해갔다.

이 씨는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경제적 문제보다 사랑의 문제다. 사랑은 주면 줄수록 더 커지고 자꾸 생겨나는 것이라서 수현이와 함께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며 연신 웃었다. 5년째 장기 위탁 중인 수현이는 친부에게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씨는 "수현이가 자라서 '나는 산성의 엄마한테 이만큼 사랑받고 자란 아이니까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것만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가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내 사랑만으로 도움을 주고, 오히려 더 큰 행복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 정말 행복하다"며 가정위탁에 만족해 했다.

 

<출처: 국제신문 2014년 5월 13일 19:43:00 / 본지 21면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