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지경에 처했던 아이가 우리 집에 위탁돼 온 뒤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를 맡아 기르면서 아이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랑을 배우는 것 같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하고 싶습니다."한두 명 되는 친자식에 대한 양육도 갈수록 힘드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를 맡아 키우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동보호 시설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꺼이 이들을 맡아 양육하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이 같은 '가정위탁 보호사업'은 부모의 사망, 가출, 이혼 등의 사정으로 인해 친부모로부터 보호를 받기 어려운 아동을 일정 기간 동안 일반 가정에서 위탁받아 양육하면서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 사랑 외에 큰 희생정신 필요
지난 4월부터 6살 난 남자 아이를 위탁받아 양육하고 있는 양모(45·부산 금정구 장전동)씨. 이미 지난 2005년에도 7살 난 여자 아이를 1년간 맡아 키웠던 양씨는 당시 정들었던 아이와 헤어지는 것이 너무 힘들어 이후에는 위탁아동을 맡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시 시간이 지나면서 가정적인 보호가 필요한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위탁가정을 신청했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친모가 입원하면서 혼자 남겨졌던 지금의 위탁아동은 양씨네 가족과 서먹서먹함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가정 교육을 받으면서 서로 친밀도를 높여가고 있다.
양씨는 "위탁아동의 양육은 사랑 뿐 아니라 어떤 희생도 각오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를 위해 냉정함이 필요할 때도 있다"며 "위탁부모는 아이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지만 앞으로 계기가 된다면 위탁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돌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씨처럼 위탁아동과 전혀 연고가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일반가정 위탁은 부산지역에서 모두 82세대(2008년 6월 30일 기준). 친조부모나 외조부모가 기르는 대리양육과 친인척이 맡아서 하는 친인척 가정까지 합하면 모두 773세대이다. 가정위탁 보호사업이 처음 시작된 2003년도와 비교하면 세대수에서는 220여세대가 늘어났지만 최근에는 일반가정 위탁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이다.
# 양육비 등 지원책 강화 필요
부산지역에서는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가 수행하고 있는 가정위탁 사업은 3년 이내의 기간으로 협의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통은 1∼2년 정도 위탁을 한다.
위탁을 원하는 가정은 위탁아동과의 친밀도 향상을 위해 2∼5회 정도 미리 만남의 시간을 가지며, 의무적으로 교육(8시간)도 받는다. 지원센터에서도 정기적으로 상담 및 가정방문을 통해 아동의 적응을 지원한다.
또 격월로 위탁부모 자조모임을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캠프를 통해 위탁아동과 위탁가정간의 화합과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문화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적지 않다. 실제로 부모의 역할을 대리하고 있지만 위탁부모는 법적인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아동의 휴대폰 개통, 여권 발급 등에서 어려움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교육비, 과외 활동비 등의 양육비와 의료비 지출이 많은 장애 아동 등 경우에 따른 차등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 관계자는 "가정위탁 사업은 장기적으로 현재의 집단적인 아동보호 시설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들이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위탁가정이 꾸준히 느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051-758-8801.
곽명섭 기자 kms01@busa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