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09년 10월 '굶주리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케냐 350만명 등 수천만명이 가뭄과 전쟁 등 여러 이유로 기아의 위험에 내몰려있다. 아프리카는 21세기 지구촌의 최대 고민거리가 됐다.

내달 20일 부산 벡스코서 '후원자 만남의 밤' 행사
올해부터 '해외결연' 펼쳐…아프리카·동남아 주력

슬픔의 눈물마저 말라버린 메마른 대륙에서 각종 지원 사업을 펼치는 한국인들이 있다. 말리, 니제르 등에서 의료·교육 사업을 벌이는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직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아프리카의 영·유아 사망률은 5~6%. 매년 영·유아 160만명 정도가 영양부족 등으로 숨진다. 이런 상황에서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의 활동은 현지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50년 전인 1959년 한반도. 국제구호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과 옥스팜이 만든 '머나먼 나라(A Far Cry)'라는 다큐멘터리 영상물.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가 몇 년간 노력한 끝에 호주국립음향보관국에서 지난달에 겨우 찾아냈다. 한국전쟁 직후 비참한 부산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다음은 이 다큐멘터리 나레이션의 일부다. '부산 서면 판자촌에 사는 남씨 부인은 물을 길으러 매일 1㎞를 걸어간다. 그는 몇 년간 이어진 역경과 영양실조 탓에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졌다. 그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단 한 곳을 찾아간다. 바로 진료소다. 그는 운이 좋다. 아이에게 생존을 책임질 수 있는 주사를 맞혔고 가루우유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50년의 세월을 간격으로 두고 있는 두 지역의 모습이 어쩌면 이렇게 너무나 흡사할까. 비극의 역사는 때와 장소를 달리하면서 되풀이되는 모양이다.

"지금 아프리카는 50년 전 우리의 모습입니다. 당시 유럽과 미국 등 외국에서 우리를 도와줬듯이 이제는 우리가 가난한 나라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외원조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김노보(64) 회장의 말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 설립돼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아동구호기관이다. 영국 런던에서 에글린타인 잽 여사 자매가 만들었다. 지금 국제세이브더칠드런연맹에는 한국 등 29개 회원국이 가입해 전세계 120여개국 사업장에서 어린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가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전쟁 때문이다. 영국의 세이브더칠드런이 1952년 가장 먼저 달려왔다. 이어 캐나다, 미국, 스웨덴이 뒤를 따랐다. 김 회장은 "이들이 한국에 첫 발을 디딘 곳은 피란민과 전쟁고아들이 넘쳐나던 부산이었다. 세이브더칠드런 영국, 캐나다, 미국은 부산에 한국사무소를 열고 마산, 울산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갔다"고 설명한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했던 세이브더칠드런 영국 한국지부는 부산에서 진료소 등 보건의료사업, 유치원과 탁아소, 부랑아수용소 등 후생사업, 직업보도소와 야학 등 교육사업과 양친결연사업을 펼쳤다. 영국 육군 소령 출신으로 중국에서 대학 교수로 일하기도 했던 시드니 레이먼드 도슨씨가 행정관으로 부산에 부임하면서 활동 영역은 커졌다. "도슨씨는 부산지역 아동들을 위해 헌신하다 지난 1994년 2월 부산에서 세상을 떠났고, 서구 송도에 안치됐습니다." 김 회장의 표정이 숙연하다.

이후 세이브더칠드런 스웨덴 한국지부가 '한국아동복리회'로 발전했고, 세이브더칠드런 미국, 영국, 캐나다 한국지부가 통합해 '한국 세이브더칠드런'이 됐다. 이어 1998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세계연맹총회에서 정회원이 됐고, 2004년 한국어린이보호재단과 다시 통합하면서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로 개명했다.

이 단체는 내달 20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APEC홀에서 뜻깊은 행사를 연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주제로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57주년 부산 후원자 만남의 밤' 행사를 펼치는 것. 김 회장은 "1952년 부산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던 세이브더칠드런이 반세기만에 '고향'에 돌아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후원자는 전국의 18%인 1만5천명. 이들 중 200여명을 초청해 그간 도움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할 계획이다. 과거 외국의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이들도 와서 옛 이야기를 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하면 좋겠다는 게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의 생각이다.

"한국전쟁 직후 유럽국가들로부터 해외결연 도움을 받았던 사람은 부산에서만 7천여명에 이릅니다. 미국 등 다른 나라로부터 지원 혜택을 입었던 사람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쉽게도 자료가 없습니다."

김 회장은 한국 세이브더칠드런이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로 되면서부터 이 단체와 인연을 맺었다. "영어를 할 줄 알고 국제적 감각이 있는 데다 외부에서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이어서 적임자라며 회장 제안을 받았죠. 처음에는 자원봉사로 1년 정도 할 생각이었어요." 껄껄 웃는 김 회장 모습이 털털하다. 2004년 처음 이 단체를 맡았던 김 회장은 지난 4월부터 3번째 회장 임기(3년)를 다시 시작했다.

김 회장의 부인이 사회복지사였던 것도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에 몸을 담는 데 한 몫 했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부인은 이화여대 부설 종합사회복지관, 홀트양자회, 대한가족계획협회 등에서 복지활동을 펼쳤다. 이 탓에 김 회장은 결혼 직후부터 부인에게서 사회복지에 대한 '정신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올해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가 모금한 후원금은 모두 150여억원. 이 중 개인 후원금이 100여억원으로 전체의 3분의2를 차지한다. "기업 후원금은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토록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기금을 끌어 모으는 일에 집중했죠. 지금은 어떤 사업을 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펼치느냐에 더 신경을 씁니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는 전체 기금 중 절반은 국내 아동 지원사업에, 나머지 절반은 해외 활동에 사용한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 어린이 의료비 지원 등 보건의료사업, 지역아동센터 방과후공부방 등 아동발달교육사업, 다문화가정 어린이 이중언어교육사업 등을 펼칩니다. 올해부터는 해외결연사업도 벌여 월회비 2만원을 내는 회원 1만여명을 모았습니다." 김 회장은 내년부터는 회비를 1만원 인상할 생각이라면서 회원들 눈치가 보인다고 웃었다.

해외에서는 보건의료 및 교육사업에 역점을 둔다.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를 대상으로 보건소를 지어주고 현지의료진을 훈련시킨다. 어린이와 엄마, 특히 산모를 주 치료대상으로 삼는다. "교육에도 신경씁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어린이들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어요. 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교사를 양성하죠. 그래도 졸업률은 50% 미만입니다. 앞으로 계몽활동을 더 펼쳐야죠."

김 회장은 지난 2월에는 국내 62개 해외원조단체의 모임인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우리 정부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국제사회에 무상원조하는 금액은 3천억원에 이릅니다. 이 중 국내의 해외원조단체 활동에 보태주는 금액은 70여억원에 불과해요. 이 예산을 더 확보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바쁩니다."

그가 한 달 가운데 집에 있는 날은 1주일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제세이브더칠드런연맹 이사여서 1주일은 매달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느라 외국에 출장간다. 또 1주일은 전국 각지를 돌며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산하 기관들을 방문한다.

한국은 29개 세이브더칠드런 회원국 중 유일하게 수혜국에서 원조국으로 성장한 나라다. 외국에 활동하러 가면 우리나라 사례를 배우려는 국가들이 많다고 한다.

"부산은 이같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역사를 상징하는 도시입니다. 내달 후원자 만남의 밤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우리의 아팠던 과거 역사를 되새기고 자랑스러운 현재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02-6900-4468. 이메일 donor@sc.or.kr. leo@busan.com

사진=신원용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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